상속을 포기했는데도 상속세를 내야 한다고요?
많은 분들이 상속세 관련 상담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상속포기했으니까, 당연히 상속세랑은 무관하죠?”
하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요?
오늘 소개할 의정부지방법원 2023구합17040 (2024.10.22. 선고) 사건은
“상속을 포기한 자도 상속세 납세의무자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쟁점을 다룬 판례입니다.
법원은 단호하게 “상속세법상 상속인에는 상속포기자도 포함된다”고 보며,
상속포기자의 상속세 납세의무를 인정했습니다.
사건 개요
- 피상속인(망인)은 부인과 사이에 자녀 4명(원고 포함)을 두었습니다.
- 피상속인은 사망 전인 2018년, 보유하던 부동산을 약 35억 원에 처분.
- 피상속인은 2019년 3월 사망, 이후 자녀들은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 절차를 밟았습니다.
- 그러나 세무서는 해당 부동산 처분대금을 사전증여 또는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
상속세 약 2.6억 원을 부과하고, 그에 따라 공매비용 약 326만 원도 징수.
원고는 “나는 상속을 포기했기 때문에 상속세 납세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상속세 및 강제징수비 부과처분 무효확인을 청구했습니다.
원고의 주장 요지
● “상속포기 신청이 법원에서 수리되었기 때문에,
민법상 나는 상속인이 아니다.
상속인도 아닌 나에게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 “해당 부동산 처분대금은 내가 상속받거나 증여받은 적도 없다.
실제 금액을 받은 바가 없는데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무효이다.”
법원의 판단: “상속세법상 상속인은 민법과 다르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전부 기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민법상 상속포기자도, 상속세법상 '상속인'에 포함된다
- 민법 제1042조에 따르면, 상속을 포기하면 소급하여 상속인이 아닌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상속세법은 다릅니다.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4호는
“이 법에서 상속인이란 민법상 상속인은 물론, 상속을 포기한 자도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세법은 조세 회피 방지를 위해 상속포기자도 과세 대상에 포함하는 것입니다.
참고: 2020.12.22. 개정 전 ‘구 상증세법’에도 같은 규정 존재
2. 상속개시 전 처분한 재산도, ‘상속으로 추정’ 가능
- 상속세법은 피상속인이 사망 전 1년 이내 재산을 처분한 경우,
그 금액의 용도가 명백하지 않으면 상속인이 받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 본 사안에서 피상속인은 사망 전 35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매도했으나,
해당 금액이 어디로 쓰였는지 명백히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 따라서 세무서는 해당 금액이 자녀에게 사전증여 혹은 상속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고,
원고가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세법상 납세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 세금 체납으로 인한 공매 및 징수 비용도 정당
- 세무서는 상속세 체납으로 인해 원고 명의 아파트를 공매대행 기관에 넘겼고,
그에 따라 약 326만 원의 공매 수수료 등 강제징수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 원고는 이 비용도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상속세 부과처분 자체가 정당하므로 징수비용 역시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실무상 핵심 포인트
● 상속을 포기했다고 해서, 상속세 납세의무에서 무조건 벗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세법은 조세 회피 방지를 위해 상속포기자도 과세 대상에 포함시킵니다.
● 사망 직전 처분한 재산의 용도가 불명확하면, 상속재산으로 추정하여 과세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현금 흐름을 통한 편법 증여 방지를 위한 장치입니다.
● 상속 전 재산 처분과정이 있다면, 반드시 그 자금 흐름과 용도를 명확히 입증해두는 것이
상속세 리스크를 줄이는 핵심 포인트입니다.
이 판례는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상속세 납세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법원이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민법상의 상속포기와 세법상의 과세 대상은 다르며,
실제로 자금을 받지 않았더라도 “받았다고 추정되는 정황”이 있으면 과세 가능하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부동산과 세법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관련 내용을 기록하고 정리하며 배움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의 학습 목적으로 정리한 글이며, 이와 유사한 판례가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으므로 단일 판례만으로 세무 전략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실제 상속세 신고나 조세불복 절차는 세무사·변호사 등 전문가와의 상담을 권장드립니다.
출처
- 의정부지방법원 2023구합17040 (2024.10.22. 선고)
- 국세법령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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